다시 읽는 종말론 유행 현상과 종교 패러디 놀이

다시 읽는 종말론 유행 현상과 종교 패러디 놀이

김윤성 (제이쌍스)
한국종교문화연구소 뉴스레터, 85호 (2009.12.29)
http://www.kirc.or.kr
(뉴스레터 용으로 축약하기 이전 판본임)

지난 늦가을 개봉했던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블록버스터 재난영화 <2012>는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영화가 엉망이었다는 말이 아니다. 영화 자체는 굉장했다. 물론 플롯은 그저 그랬다. 고대 마야인들이 지구 종말의 해라고 예언했다는 2012년에서 착상을 얻어 시작된 이야기가 하이 테크놀로지 노아의 방주 이야기로 끝나다니! 전체 플롯에서 등장인물들이 엮어가는 소소한 하위 플롯들까지 모두 어딘지 허전하다. 그렇다고 재난영화들이 관객들의 뇌리에 애써 각인시키려는 자기희생, 불화의 화해, 보편적 인류애 같은 교훈적 메시지가 있는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적어도 (CG 영상일 뿐이라는 사실을 잠시 눈감아준다면, 또 영화관 맨 앞자리에서 스크린에 파묻히다시피 관람을 한다면)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은 긴장과 스릴, 그리고 스펙터클한 재난 장면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 정도로 대단하다. 이 영화가 재앙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웬만큼 뛰어난 플롯과 스토리가 아니라면, 이제 앞으로 한동안은 누구도 물량을 내세운 재난영화에 도전하려 하지 않을 테니, 재난영화 팬들에게 이는 그야말로 재앙이나 다름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덕분에 지각 있는 제작자와 감독이라면 이제 물량보다는 플롯과 스토리에, 작품성과 메시지에 충실한 재난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리라는 점이겠다. 10년 전 소행성 충돌이라는 동일한 소재를 다루었던 두 편의 영화 중 물량에만 골몰했던 <아마겟돈>(마이클 베이 감독, 브루스 윌리스 주연)은 잊혔지만 스토리에 충실했던 <딥 임팩트>(미미 레더 감독)는 지금도 기억되고 있듯이 말이다.



이어지는 내용

by 제이쌍스 | 2009/12/25 10:07 | 종교 읽기 | 트랙백 | 덧글(0)

순교에 관한 단상

<경향잡지> 2009년 12월호에 실은 글입니다. http://zine.cbck.or.kr/newzine/




우리 교회의 초상

순교에 관한 단상


김윤성 / 한신대학교 종교문화학과 조교수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인연은 좀 있는 편이다. 친척 중에 가톨릭이 많다 보니, 어려서부터 성당에 갈 기회가 잦았다. 초등학교 때 작은할머니를 따라 처음 들른 대구 한 성당에 대한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각인. 지금도 이따금 성당에 들어서면 빛과 어둠의 그 아스라한 대비에서 묘한 데자뷔를 느끼곤 하는 건 아마 이 때문이리라. 이런 인연 덕분인지, 박사논문도 가톨릭에 대해 쓰게 되었다. 당시 내 관심사는 종교와 몸의 관계에 있었는데, 한국가톨릭 초기 신자들의 고문과 순교 그리고 금욕에 관한 이야기에서 이 주제에 접근할 수 있는 실마리를 보았고,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고통과 욕망의 거점인 몸이 새로운 종교적 신앙의 토대가 되었는지를 규명하는 논문을 썼다.



이어지는 내용

by 제이쌍스 | 2009/12/15 17:01 | 트랙백 | 덧글(0)

번역제목의 횡포. 크리스토퍼 레인 <만들어진 우울증>(한겨레, 2009)

포스팅 한 지도 너무 오래되고 해서, 서점 뒤적이다가 잠시... <만들어진 우울증>이라... 흠... 확 땡긴다.

크리스토퍼 레인, <만들어진 우울증: 수줍음은 어떻게 병이 되었나?>, 이문희 옮김, 한겨레출판사, 2009년 11월.



수줍음이나 불안 같은 인간의 특이한 감정을 둘러싼 정신분석학계와 신경정신학계의 싸움, 다시 말해 심리치료와 약물치료의 싸움. 예의 짐작대로 승리는 결국 신경정신학계의 약물치료가 거머쥐어왔다. 어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추적하는 책으로, 약물치료가 불가피한 정신질환도 있음을 일단 인정한 후에, 그래도 수줍음이나 불안 같은 특정한 심적 상태는 결코 정신질환이 아니며, 약물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수많은 실증 자료를 통해 파헤치고 있다. '질병이란 사회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고전적인 테제를 정신적 질병에 초점 맞추어 구체적으로 풀어낸 책인 셈인데, 한 마디로, 수줍음이나 불안 같은 평범한 심적 상태를 정신질환으로 규정하는 건 결국 정신의학계와 제약회사의, 의료권력과 자본의 술책일 뿐이라는 말씀. (여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악랄한 보험자본은 보상대상 질병목록에서 정신관련 질환은 철저히 배제한다.) 일단 장바구니에 담기는 했고, 방학 때나 어떻게 한 번 사서 읽어볼 요량인데, 아무튼 기대되는 책이다.

이어지는 내용

by 제이쌍스 | 2009/11/07 09:26 | 책꽂이 | 트랙백 | 덧글(0)

<종교전쟁> Yes24 독자와의 만남 참관기(펌)

신재식, 장대익 샘과 함께 쓴 <<종교전쟁>>을 위해 지난 8월 Yes24가 독자와의 만남 시간을 만들어줬는데, Yes24 홈피에 강연 스케치가 있길래 퍼옵니다.

제목 : 우리시대의 종교, 어떻게 볼 것인가
강사 : 김윤성, 장대익
일시 : 2009년 8월 26일 (수) 7시~9시
장소 : 대학로 일석기념관

글쓴이 : 이준수 jslyd012@gmail.com
출   처 : http://www.yes24.com//chyes/ChYesView.aspx?cont=3770&title=003004

최근 개봉한 국내 공포영화 중 두 편 <불신지옥><독>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종교, 특히 기독교의 종교적 광기가 하나의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즉,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한국 사회를 종교(기독교)적 광신을 통해 드러낸다. 한 리뷰에 따르자면, <불신지옥>이 종교적 맹신의 비극적인 결과를 추론한다면, <독>은 종교적 맹신의 근원을 죄의식으로 설명한단다.

가만 보자. 정확하진 않지만, 한 해 두 편의 공포영화에서 종교가, 특히 한 종교가 소재로 활용된 적은 없는 것 같다. 공포영화적 장치와 연결되는 종교라. 이것은 트렌드라기보다 현재의 우리 사회가 품고 있는 어떤 사회현상, 어쩌면 부조리를 드러낸 것? 종교가 다른 장르의 영화도 아닌 공포영화와 결합하는 것, 이것은 뭔가 의미심장하지 않나?

개인적으로 기분 나빴던 종교적 경험과 종교적 커밍아웃도 하고 가야겠다. 과거 한 포털의 영화 섹션에서 네티즌 평론가로 활동하던 시절,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2004)에 대한 평을 쓴 적이 있다. 시사회를 관람했는데, 이때부터 좀 괴기(!)스러웠다. 기독교 신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관람 도중 자주 ‘할렐루야’를 외쳐댔다. 그것도 작은 소리도 아닌. 영화 자체의 과도한 폭력성도 짜증났지만, 비신도에겐 너무도 폭력적인 관람 환경은 ‘지옥’에 가까운 경험을 안겨줬다.

이어서 영화 평을 쓰고는 댓글 폭력에 시달렸다. 역시나 광신도(!)로 추정되는 ‘댓글러’들의 댓글 폭격은 종교적 ‘광기’를 절감하게끔 만들었다. ‘불쌍한 어린 양’이라며 혀를 끌끌 차는 댓글은 그야말로 점잖은 수준. 죽이겠다며, 밤길 조심하라고, 미친놈 등등 정말 입에 담자니 같잖기 그지없는 댓글러들의 행렬이 줄을 이었다.


이어지는 내용

by 제이쌍스 | 2009/09/19 18:41 | 책꽂이 | 트랙백 | 덧글(0)

신화와 신화학, 낭만적 몽상에서 비판적 직시로. 링컨, <신화 이론화하기>

<교수신문>(09.09.21)에서 저역자가 자기 책 직접 소개하는 코너에 글을 달라고 해서 쓴 글입니다.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18841


신화와 신화학, 낭만적 몽상에서 비판적 직시로

브루스 링컨, <<신화 이론화하기: 서사, 이데올로기, 학문>>,
김윤성, 최화선, 홍윤희 옮김, 이학사, 2009년 6월 15일, 2만8천원

 




김윤성 (한신대 종교문화학과 조교수)
 

한때 신화는 ‘성스러운 이야기’였다. 적어도 20여 년 전 종교학자 미르체아 엘리아데(1906~1986)가 세계적 인기를 누리던 당시엔 꽤 많은 이들에게 그랬고, 적지 않은 이들에겐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엘리아데와 그 독자들에게 신화란 우주와 인간을 있게 한 태초의 시원적 사건에 관한 이야기로서, 거듭 공연됨으로써 우주와 인간을 태초로 회귀시켜 재생시키는 성스러운 드라마, 즉 의례의 대본이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 신화의 성스러운 후광은 바랬다. 세상이 세속화되어서가 아니다. 불변의 본질적 실체로서 성스러움은 없다는 생각이 힘을 얻은 탓이다. 멀리 갈 것 없이 당장 엘리아데의 후배 동료인 시카고대 종교학자들만 보아도 충분하다. 조너선 스미스에게 신화란 이상과 현실의 틈새로 인한 인지 부조화를 해결하려는 일상적 담화 놀이다. 엘리아데를 독창적으로 계승한 덕에 엘리아데 석좌교수가 된 웬디 도니거조차도 신화란 특정 집단에게 성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이어지는 내용

by 제이쌍스 | 2009/09/18 20:44 | 트랙백 | 덧글(0)

스페인 카탈루니아의 선율... Arianna Savall, <Bella Terra>(2004)

아리안나 사발(Arianna Savall, 1972~  )을 발견하다. 하프연주자, 성악가, 민족음악연구자, 그리고 작곡가... 그녀의 데뷔 음반인 <아름다운 땅>(Bella Terra, 2004)은 제목처럼 그야말로 널리 펼쳐진 그림 같은 풍광에 파묻혀 하프를 타며 노래하는 아리따운 여인의 모습이 눈에 선연한 음반이다. 스페인 시인들의 시에다가, 아리아나가 집안 대대의 고향인 스페인 북부 카탈루니아 곳곳에서 수집한 민속적 선율을 토대로 직접 지은 곡을 붙인 작품들이 담겨있다.

처음 그녀를 알게 되었을 때 패밀리 네임으로 익히 짐작은 했지만, 아리아나는 비올연주자 호르디 사발(Jordi Savall)의 딸이다.... 부인 몽세라트 피구에라스(Montserrat Figueras)는 소프라노, 아들 페란((Ferran)은 기타와 보컬, 그리고 딸 아리안나는 하프와 보컬. 그야말로 음악가이군요. 사발과 피구에라스 부부가 바로크 중에서도 초기 바로크 전문이라면, 아들과 딸은 시대를 좀 더 거슬러 올라가 중세음악, 그리고 아마도 거기서 다시 더 거슬러 올라갈 것임이 분명한 스페인 민족음악을 탐구하고 있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재능과 환경이라면 바로크 전문가로서 대중적 인기까지 누리는 스타 음악가로 승승장구할 수도 있었겠지만, 주어진 몫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음악적 뿌리를 찾아 나서서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추구해가는 아리안나와 페란 남매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오롯이 가는 悅樂이 무엇인지를...

홈피는.. 그야말로 간지 그 자체다. 너무 이쁜 디자인과 알찬 내용... =>
http://www.ariannasavall.com

  1. L`Amor 사랑 
     


이어지는 내용

by 제이쌍스 | 2009/09/17 23:00 | 음악 얘기 | 트랙백 | 덧글(0)

영화 <비발디>, 최고의 음악, 최악의 영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니... 하고 안타까워 하기보단, 차라리 몰랐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 비발디의 생애를 다룬 음악영화 <비발디>... 작년 한 해 음악영화 붐을 타서 그랬는지, 3년 전 작품인 이 영화를 올해초 1월에 슬쩍 개봉했다가 슬그머니 간판을 내렸더란다. 메가패스, 아니 쿡 인터넷존에서 무료로 상영하길래 봤는데... <아마데우스>의 계보를 잇는 최고의 음악영화라는 상투적인 찬사에 기대를 걸고 봤건만, 보고난 결론은 딱 두 마디로 압축된다.

선곡에서 연주까지, 사운드트랙은 최고인데, 도무지 스토리, 고증, 영상, 편집, 연기 어느 하나 남는 게 없는 최악의 영화!

사운드트랙은 아마도 출시되지 않은 모양이다. 아마존은 고사하고, IMDb에서도 구글에서도 음악감독이나 연주자에 대한 정보를 전혀 찾을 수가 없다.... 하여 영화의 오프닝 씬, 고아원 소녀들이 쇠창살 너머에서 옹기종기 합주를 하고 비발디가 홀에 앉은 귀족들 앞에서 협연을 하는 장면의 삽입곡이나마 올려본다 (한 블로거에 따르면 이 장면은 역사적 근거가 없는 작위적 설정이란다. 쇠창살 뒤의 고아원 소녀들이라니... ). 

사이먼 스탠더지 vs. 파비오 비욘디. 비욘디의 다소 빠르고 셈여림이 과장된 연주보다는 차분하고 단아한 스탠디지가 점점 더 좋아지고 있는 중이다. 차안에서도 방에서도 스탠더지의 <조화의 영감> CD만 내리 듣고 있는 중... ^^

Antonio Vivaldi(1678-1741)
L'Estro Armonico, Op.3, No.6 in A minor, RV 356 - 1mv Allegro

1) Simon Standage &  English Concert


2) Fabio Biondi & Eurpa Galante



이어지는 내용

by 제이쌍스 | 2009/09/10 12:40 | 영화 얘기 | 트랙백 | 덧글(0)

<종교전쟁>. 작가와의 온라인 만남 게시판 - 네이버

8월말에서 9월초까지, 네이버가 마련해준 <종교전쟁> 작가와의 만남 게시판에서 오고간 질문과 답변입니다.
종류가 무엇이든, 만남이란... 역시 어렵더군요.
좀 거시기한 질문들도 있었지만, 엉뚱하고 기발하거나 생각의 깊이가 만만치 않거나 해서 고민하게 만든 질문도 많았습죠.

네이버 책 게시판 가기 => http://book.naver.com/todaybook/todaybook_author_vw.nhn?cmtPage=2&seq=154

by 제이쌍스 | 2009/09/07 18:51 | 책꽂이 | 트랙백 | 덧글(0)

브루스 링컨, <신화 이론화하기> 옮긴이의 말

꼬박 4년 걸린 번역서가 드뎌 나왔습니다. 옮긴이의 말 올립니다.

브루스 링컨 지음, 김윤성최화선홍윤희 옮김,『신화 이론화하기: 서사, 이데올로기, 학문』(신화, 종교, 상징 총서 14), 이학사, 2009년 9월15일, 567쪽, 28,000원
Bruce Lincoln, Theorizing Myth: Narrative, Ideology, and Scholarship,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99, p.298, $28.00

신화 이론화하기 

차례

이어지는 내용

by 제이쌍스 | 2009/08/30 04:15 | 책꽂이 | 트랙백 | 덧글(2)

종교와 과학 강연회를 마치고

프레시안+사이언스북스+교보문고 저자초청 강연회 (홍대앞 상상마당)

과학과 종교가 서로에게 말을 걸다


7월  8일 / 신재식+장대익 <창조론의 도전, 어떻게 볼 것인가> 강연후기, 사진, 동영상
7월 15일 / 김윤성+신재식 <한국종교의 위기, 어떻게 볼 것인가> 강연후기, 사진, 동영상
7월 22일 / 장대익+김윤성 <도킨스의 도전 어떻게 볼 것인가> 강연후기, 사진, 동영상


종교와 과학 강연회를 마치고

김윤성 (한신대 종교문화학과 교수)
사단법인 한국종교문화연구소 <뉴스레터>, 67호, 2009. 8. 18.

‘창조과학 어떻게 볼 것인가?’ ‘한국 종교 과연 위기인가?’ ‘도킨스의 도전 어떻게 볼 것인가?’ 나와 동료들이 과학과 종교에 관해 함께 쓴 책(신재식, 김윤성, 장대익, <<종교전쟁: 종교에 미래는 있는가>>, 사이언스북스, 2009)을 온라인 연재기사와 단행본으로 출판해준 언론사와 출판사의 주선으로 얼마 전 서울시내 모처에서 가졌던 저자 초청강연회의 주제들이다. 공부라는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아닌 좀 더 다양한 독자들을 만나고, 공부와 대중적 소통의 문제를 되새겨보고, 무엇보다 한껏 고민하는 현장 종교인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였기에, 강연후기 비슷한 것을 몇 자 적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싶다.


이어지는 내용

by 제이쌍스 | 2009/08/30 04:13 | 종교 읽기 | 트랙백 | 덧글(0)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