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의 교회: 진화론과 갈등해온 창조론

다윈 탄생 200주년 기획 시리즈에 기고한 글입니다.
<중앙선데이> 100호, 2009년 2월 8일(일)
http://sunday.joins.com












<다윈의 교회> by 김윤성

진화론과 갈등해온 창조론 / 1990년대 지적설계론 확산

미국 뉴욕 타임스는 지난달 23일 진화·창조 논쟁이 다시 촉발되고 있다는 기사를 냈다. 텍사스주 교육위원회가 그동안 지켜온 교육지침(진화론의 강점·약점을 모두 가르친다는 조항)을 삭제키로 한 게 계기였다. 이 조항의 삭제는 창조론자들의 좌절을 의미한다. 진화론은 종교와 어떤 관계이기에 다윈 탄생 200주년 첫 달의 주요 뉴스가 된 걸까? 다윈은 사적인 자리에서 기독교 신앙에 회의를 표했지만 무신론을 선언하지는 않았다. 불가지론자를 자처했다. 다윈을 읽는 방식은 다양하다. 냉혹한 자연선택만 존재하는 유물론적 세계를 보면서 무신론을 펼치는 이들도 있다. 진화론을 무신론과 동일시하면서 둘 다 거부하는 이도 있다. 또 진화론 자체는 중립적이며 종교·이념과 무관하다는 주장도 있다.

'종의 기원'출판 이후 한동안 진화·창조론의 격돌은 없었다. 본격적인 충통과시켰는데, 테네시주에서 일이 터졌다. 고교 교사 존 스콥스가 미국시민자유연맹을 대신해 총대를 메고 교실에서 진화론을 가르치다 주정부에 고소를 당한 것이다. 그래서 1925년 유명한 스콥스 재판, 일명 원숭이 재판이 열렸다. 스콥스는 주법을 어긴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지만 배심원들에 의해 무죄 판정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대중은 성서에만 근거해 진화론을 비판하는 기독교인들이 편협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반면 재판의 후유증으로 주 교육위원들과 교과서 출판업자들은 오히려 진화론을 꺼리게 됐고 이런 상황은 30년 넘게 이어졌다.

1957년 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을 발사하자 상황은 급반전됐다. 미국은 과학 교육을 대대적으로 강화했다. 61년 진화론이 교실로 돌아오고 창조론이 교실 밖으로 밀려났다. 이때부터 진화·창조 논쟁의 제2라운드가 시작된다. 양측은 여러 주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지금도 계속되는 이 소송들은 두 패턴으로 나뉘지만 결과는 비슷하다. 창조론자들이 주정부를 향해 진화·창조론을 나란히 가르치게 해 달라고 요구한 소송들은 대개 창조론자들의 패배로 끝났다. 반면 창조론 교육을 재개하려는 창조론자들과 주변 관료들에 맞서 학부모·시민단체·과학계가 제기한 소송들은 대개 후자의 승리로 끝났다.

그 사이 창조론 진영에는 변화가 생겼다. 60년대에 과학으로 창조를 증명하려는 ‘창조과학’이 출현한 것이다. 창조과학은 우주의 나이는 6000년부터 1만 년이고. 창조는 엿새 동안 이루어졌고, 모든 생물은 처음부터 지금의 종 그대로 창조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런 극단적 입장의 ‘젊은 지구 창조론’에 반발해 대진화(종의 분화)만 부정하는 유연한 ‘늙은 지구 창조론’이 등장했다. 90년대엔 후자로부터 ‘지적 설계론’이 갈라져 나오면서 창조론 진영은 다양해졌다.

지적 설계론자들은 대진화를 부정하는 한편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은 진화를 통해 생겨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토론을 가르치라’는 모토 아래 교실에서 진화론과 지적 설계론을 함께 가르칠 것을 요구해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 큰 세력을 얻었다. 물론 극단적 창조론도 만만치 않아 2007년 켄터키주에 거대한 창조박물관을 건립하는 등 그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국내에서 진화·창조 논쟁은 81년 창조과학회 설립 이후 본격화됐다. 미국과 달리 국내에선 창조과학이 일부 근본주의 진영 뿐 아니라 개신교계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물론 자유주의나 신(新)정통주의 입장에서 현대과학을 수용하는 진화론적 유신론자들도 있지만, 그들은 소수다. 대세는 근본주의적 창조론이고 그중 강경한 ‘젊은 지구론’이 강세다. 미국에선 법정 소송들을 통해 양측이 치열한 토론을 벌여온 것과 달리 한국의 과학자들은 창조론자들을 무시하고 창조론자들은 자기들끼리만 논쟁한다. 사이버공간의 말싸움은 난무하나 제대로 된 토론은 찾아보기 힘들다.

[원본] http://sunday.joins.com/article/view.asp?aid=11035&cat_code=07&start_year=2009&start_month=02&end_year=2009&end_month=02&press_no=100&page=1

by 제이쌍스 | 2009/02/09 11:44 | 의심의 즐거움 | 트랙백 | 덧글(2)

트랙백 주소 : http://jssance.egloos.com/tb/6496765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Jocelyn at 2009/02/25 11:05
저는 창조론 반대자인 이언 플리머 교수의 책을 좋아합니다. 그 분의 논지는 상당히 주목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제이쌍스 at 2009/03/01 11:28
진화론 이야기가 주로 생물학 쪽에서 이루어지다보니 그쪽만 알고 지질학 쪽은 잘 몰랐는데, 사실 지질학은 진화의 매우 중요한 토대죠. 몰랐던 책 정보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교보에서 살펴보니 아주 흥미로운 책일 것 같네요. 이래서 오늘도 책 충동구매는 계속되고... ^^;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