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07일
어톤먼트 (Atonement, 2007) - 기억과 이야기를 통한 속죄와 구원
전장의 포화 속에서 피어난 애틋한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라고, 대개의 흔해 빠진 영화 소개글에는 그렇게 써있다. 하지만 아니다. 이 영화는 사랑에 관한 영화가 아니다. 여기서 사랑은 그저 하나의 에피소드일 뿐이다. 그보다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속죄'에 관한 이야기다. 또한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 '속죄와 구원의 마지막 가능성으로서 이야기하는 행위 자체에 관한 이야기'다.
평화로운 시골마을. 주인집 큰딸 세실리아와 하인의 아들로서 주인어른의 배려로 옥스포드에서 공부를 마친 로비. 둘 사이에 설렘과 머뭇거림 그리고 서툰 격정 속에 아련히 싹트던 사랑. 사춘기 둘째딸 브라이오니의 철없는 짝사랑과 질투, 그리고 오해와 모함. 누명을 쓴 채 감옥으로 또 전장으로 끌려가는 로비. 간호사되어 역시 전장에 뛰어들어 다치고 죽어가는 군인들을 돌보는 세실리아. 자학과 속죄의 마음에 역시 종군 간호사가 된 브라이오니. 세실리아와 로비의 기나긴 기다림, 재회, 그리고 잠시간의 행복. 마침내 그들을 찾아와 진심으로 뉘우치며 지난 날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브라이오니...
하지만... 하지만... 이미 모든 게 너무 늦어버린 후라면, 이미 아무것도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린 뒤라면... 도대체 누구에게 용서를 구하고 또 용서를 받을 수 있을까...
그래서 브라이오니는 글을 쓴다. 세실리아와 로비, 그들의 이야기를 쓴다. 자신이 기억하는 처음 때부터, 자신의 상상이 구축한 실재 속에서,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쓴다. 비록 그들에게 용서를 구할 수도, 용서를 받을 수도 없고, 영원히 속죄받을 수도 없지만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이유는 생략합니다), 그들을 기억하고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쓰는 것. 이것이 그녀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하게 남은 한 가지 일이기 때문이다.
왜 세실리아와 로비가 브라이오니를 용서할 수 없는 건지, 브라이오니가 왜 끝내 그들에게 용서를 받을 수 없는 건지... 영화 끝부분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원로작가 브라이오니의 입을 그 이유가 갑자기 드러나는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은듯 머리가 아득해지고, 짖이기듯 가슴이 묵직해온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도대체 이제 어디서 누구에게 용서를 구하고 또 속죄를 받아야 한단 말인가!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의 저토록 얄궂은 잔혹함이란 대체 무어란 말인가! 정녕 기억하는 일만이, 잊지 않는 일만이, 이야기하는 일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란 말인가! ... 받아들고 싶지 않지만, 정말로 그렇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기억하고, 잊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이 전부다. 그러나 바로 그 기억 속에, 잊지 않은 시간 속에, 그들에 관해 말하는 그 이야기 속에 진정 마지막 속죄가..., 신도, 영혼도, 천국도 없는, 차갑고 무심한 지상에서의, 이 세상에서의 진정한 구원이 있는 것일 터...
영화의 감동을 OST로나마 전합니다. 아직 못 보신 분들 꼭 보세요. 이언 맥큐언 작품은 아직 읽어본 게 없는데, <속죄> 원작을 필두로 조만간 그의 작품들을 몇 편 읽어보아야 할 모양입니다. 매력적인 두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랑 제임스 메커보이 영화들도 챙겨봐야 할 것 같고... 늙은 브라이오니 역의 노장배우 바네사 레드그레이브가 출연했던 추억의 영화 <더 월 2>도 다시 보고싶고...
Atonement, 2007
Original : Ian McEwan (2001)
Director : Joe Wright
Casting : Keira Knightley (Cecilia), James McAvoy (Robbie),
Saoirse Ronan (Briony 13-years), Romola Garai (18-years), Vanessa Redgrave (old)
Music : Dario Marianelli (composer), Jean Yves Thibaudet (piano)










평화로운 시골마을. 주인집 큰딸 세실리아와 하인의 아들로서 주인어른의 배려로 옥스포드에서 공부를 마친 로비. 둘 사이에 설렘과 머뭇거림 그리고 서툰 격정 속에 아련히 싹트던 사랑. 사춘기 둘째딸 브라이오니의 철없는 짝사랑과 질투, 그리고 오해와 모함. 누명을 쓴 채 감옥으로 또 전장으로 끌려가는 로비. 간호사되어 역시 전장에 뛰어들어 다치고 죽어가는 군인들을 돌보는 세실리아. 자학과 속죄의 마음에 역시 종군 간호사가 된 브라이오니. 세실리아와 로비의 기나긴 기다림, 재회, 그리고 잠시간의 행복. 마침내 그들을 찾아와 진심으로 뉘우치며 지난 날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브라이오니...
하지만... 하지만... 이미 모든 게 너무 늦어버린 후라면, 이미 아무것도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린 뒤라면... 도대체 누구에게 용서를 구하고 또 용서를 받을 수 있을까...
그래서 브라이오니는 글을 쓴다. 세실리아와 로비, 그들의 이야기를 쓴다. 자신이 기억하는 처음 때부터, 자신의 상상이 구축한 실재 속에서,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쓴다. 비록 그들에게 용서를 구할 수도, 용서를 받을 수도 없고, 영원히 속죄받을 수도 없지만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이유는 생략합니다), 그들을 기억하고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쓰는 것. 이것이 그녀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하게 남은 한 가지 일이기 때문이다.
왜 세실리아와 로비가 브라이오니를 용서할 수 없는 건지, 브라이오니가 왜 끝내 그들에게 용서를 받을 수 없는 건지... 영화 끝부분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원로작가 브라이오니의 입을 그 이유가 갑자기 드러나는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은듯 머리가 아득해지고, 짖이기듯 가슴이 묵직해온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도대체 이제 어디서 누구에게 용서를 구하고 또 속죄를 받아야 한단 말인가!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의 저토록 얄궂은 잔혹함이란 대체 무어란 말인가! 정녕 기억하는 일만이, 잊지 않는 일만이, 이야기하는 일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란 말인가! ... 받아들고 싶지 않지만, 정말로 그렇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기억하고, 잊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이 전부다. 그러나 바로 그 기억 속에, 잊지 않은 시간 속에, 그들에 관해 말하는 그 이야기 속에 진정 마지막 속죄가..., 신도, 영혼도, 천국도 없는, 차갑고 무심한 지상에서의, 이 세상에서의 진정한 구원이 있는 것일 터...
영화의 감동을 OST로나마 전합니다. 아직 못 보신 분들 꼭 보세요. 이언 맥큐언 작품은 아직 읽어본 게 없는데, <속죄> 원작을 필두로 조만간 그의 작품들을 몇 편 읽어보아야 할 모양입니다. 매력적인 두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랑 제임스 메커보이 영화들도 챙겨봐야 할 것 같고... 늙은 브라이오니 역의 노장배우 바네사 레드그레이브가 출연했던 추억의 영화 <더 월 2>도 다시 보고싶고...
Atonement, 2007
Original : Ian McEwan (2001)
Director : Joe Wright
Casting : Keira Knightley (Cecilia), James McAvoy (Robbie),
Saoirse Ronan (Briony 13-years), Romola Garai (18-years), Vanessa Redgrave (old)
Music : Dario Marianelli (composer), Jean Yves Thibaudet (piano)










사진출처 : 엠파스 무비
# by | 2008/12/07 15:29 | 영화 얘기 | 트랙백 | 덧글(4)





여름에 선생님과 다른 두 분께서 프레시안에 쓰신 기획기사 덕분에 생각이 났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고 책으로 나오면 꼭 다시 보고 싶습니다. 이제는 링크도 걸었으니 자주 찾아오겠습니다. 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