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존(John Zorn) 환갑기념 페스티벌 (2013년 6월~10월. 맨해튼 곳곳) 뮤지코필리아

6월초부터 10월초까지, 뉴욕 곳곳에서는 뉴욕 토박이 아방가르드 작곡가인 존 존(John Zorn, 1953~ )의 환갑기념 페스티벌이 열렸다. 링컨센터와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 뉴욕 곳곳에서 각종 공연과 다큐 상영 등 다양한 행사가 벌어졌는데, 컬럼비아대 밀러씨어터에서도 그 일환으로 존 존 환갑기념 공연 시리즈가 펼쳐졌다. 2013 가을 ~ 2014 봄 시즌 개막 프로그램인 <John Zorn @ 60>... 총 4편의 공연이 있었고, 그 중 3편을 관람하다...

컬럼비아대 밀러씨어터 존 존 환갑기념 프로그램
John Zorn @ 60
2013. 9. 23 & 25~27 / Miller Theater in Columbia University
Orchestra front seats ticket price $7 (Columbia student discount price; normal price $40)

23일 - Hermetic Organ
            보너스 무료 공연. 존 존 본인 직접 오르간 연주. 장소는 컬럼비아대 세인트폴 채플
            hermetic = 비밀의, 비의의, 연금술의...
25일 - Orchestral Works (Conductor David Fulmer & All-Star Orchestra http://allstarorchestra.org)
            Conte de Fées (1999) - Violin Christopher Otto
            Kol Nidrai (1996)
            Orchestra Variations (1996)
            Suppôts et Suppliciations (2012) US premiere
26일 - Chamber Music
            777 (2000)
            Missa sine Voces (2012) US premiere
            Sortilège (2002)
            Orphée (2004)
            Illuminations (2010)
            Madrigals (2013)
            Hextentarot (2013) world premiere
            Maldoror (2013) world premiere
            Bateau Ivre (2011)
            Ceromonial Magic (2011)
            The Stephenwolf (2012) world premiere
            Occam's Razor (2012)
            The Temptation of St. Anthony (2012)
27일 - Game Music
            Hockey (1978)
            Rugby (1983)
            Xu Feng (1985)
            Lacrosse (1976)
            Fencing (1978)
            Hwang Chin-ee (1988)
            Cobra (1984)
            ('황진이'라는 곡이 왜 게임뮤직으로 분류되는지 모르겠는데, 풍류도 '놀이'이긴 하니까 뭐...
            (연주는 2명의 드럼 반주와 한국여자 1명의 시낭송. 특이한 구성이다. 이날 공연을 못 봐서 아쉽고, 궁금...)

뉴욕시 존 존 환갑기념 페스티벌 홈페이지
John Zorn @ 60 : Celebrating 60 Years of John Zorn in New York City
2013. 6. 8 ~ 10. 4 / All around Manhattan
http://www.zornat60.com/

뉴욕에서 많은 현역 작곡가들을 새로이 알게 되었듯이, 존 존이라는 사람도, 또 그가 뉴요커들이 아끼는 세계적인 작곡가라는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재즈, 클래식, 하드락, 유대음악(존 존은 유대인), 전자음악... 손대지 않은 장르가 없고, 무수한 장르들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경계없는 그만의 독특한 음악세계를 구축해온, 작곡계의 거장... 어떤 음악은 친근한 선율과 화성으로 편안히 즐길 수 있기도 하고, 어떤 음악은 음악적 상상력과 테크닉을 총동원한 복잡하고 난해한 구성 때문에 낯설기 그지없기도 하고... 

프로그램 본격 개시 이틀 전에 무료 보너스 공연으로 컬럼비아대 세인트폴 채플에서 열린 <헤르메틱 오르간> 연주회 (hermetic=비밀의, 비의의, 연금술의...). 연주자는 존 존 본인. 채플 파이프오르간으로 연주했는데, 종래의 클래식 교회 오르간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새롭고 독특하고 놀라운 오르간을 들려주었다. 지상에서 올려다본 영롱한 천상의 이미지가 아니라, 머나먼 우주의 어둡고 아득한 심연을 헤엄쳐다니는 느낌이랄까...

오르간 연주회는 물론 모든 본격 프로그램을 통틀어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일단 음악외적 요소, 즉 모든 연주자들이 유니폼, 턱시도, 양복, 드레스 따위가 아닌, 그냥 편안한 평상복에 편안한 신발 차림이었다는 것. 심지어 중간중간에 직접 무대로 올라와 자신의 작품들을 직접 해설해주던 존 존도 그냥 편안한 힙합 스타일의 헐렁한 바지를 입고 나왔다 (환갑이라는데, 50도 안 되어 보일만큼 동안임. 우디알렌 필의 뿔테안경 착용)...  음악은 워낙 난해하고 복잡해서 신경을 잔뜩 곤두세우고 집중해야 했지만, 연주자들과 작곡가의 편안한 차림새가 마음을 조금은 가볍게 해준 것 같다. 잔뜩 무게 잡아야 하는 클래식 공연장이 아니라, 연습실이나 리허설 무대 같은 편안함마저...

본격 프로그램 첫째 날... 오케스트라 음악들 중 대편성 작품들은 관현악 역사에서 등장한 악기란 악기는 모두 동원된 듯하다. 아는 것부터 모르는 것까지 온갖 타악기가 대거 등장하고 (팀파니[2대], 큰북, 작은북, 심벌즈, 비브라폰, 첼레스타, 듀블라벨, 호루라기, 트라이앵글, 공, 바람소리 내는 바퀴모양 악기[2대], 기타등등...), 하프, 피아노, 하프시코드도 쓰이고, 현악기와 관악기 연주자수는 수십 명으로 무대 한가득... 미국 전역 오케스트라의 수석급 연주자들이 총집합한 '올스타 오케스트라' 60명 단원을 위해 좁은 밀러씨어터 무대를 덧대어 객석 바로 앞까지 2배로 폭을 늘렸다.

첫 곡인 <꽁뜨 드 페>(요정이야기, 동화)라는 바이올린협주곡은 존 존의 음악세계가 어떠한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관현악은 복잡하고, 솔로 바이올린은 현란하다. 해설에는 '낭만적 판타지'라고 되어있는데, 음, 잘 모르겠다. 뭐가 낭만적인 건지... 

<콜 니드라이>는 유대교 예배시작 때 선포되는 어구인 '신의 날'이라는 뜻의 아람어로서, 이 제목이 붙여진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도 더러 있다 (예: 브루흐의 작품). 존 존의 <콜 니드라이>는 독립된 악곡이 아니라 그의 유대교 전례음악 창작 시리즈인 <<마사다 노래집>>의 일부인데, 아마도 그의 작품들 중 가장 느긋하고, 서정적이며, 친근한 분위기의 작품일 것이다. 본래 현악사중주용으로 작곡된 것을 이번 공연에서는 대형 오케스트라로 연주했다. 올렸다 내렸다, 당겼다 놓았다, 죄었다 풀었다 하는 단순한 선율이 천천히 거듭 반복되는 동안 연주자들과 함께 호흡하며 시나브로 몰입하게 된다...

다른 두 작품은 워낙 낯설어서 시간이 좀 지나고 나니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뇌에 착착 달라붙는 '선율'이라는 게 있는 음악들이 아닌지라... 어쨌든 대규모 오케스트라의 온갖 악기 파트들이 제각기, 또 각 악기 파트의 각 연주자들이 제각기 서로 다른 흐름으로 나아가다가 다시 합쳐지다가 하며 흘러가던 음악에서 뭐라 표현하기 힘든 압도감을 느끼기는 했던 것 같다.

둘째 날.... 전체를 관람하진 못하고, 맨해튼 남쪽에서 지하철 타고 부지런히 올라와 중간휴식 이후부터 관람을 했다. 왜냐하면 이 날 공연은, 일전에 포스팅한 바 있는, 영국 로열발레단의 <메타모포시스> 공연과 같은 날 같은 시간대였기 때문이다 (포스팅 http://jssance.egloos.com/11058276 참조). 요일을 잘못 알고 두 공연의 티켓을 구매한 것인데, 다행히 밀러씨어터의 이날 공연은 일반 공연이 아닌 '4시간 마라톤 공연'이었고, 덕분에 8시에 시작한 공연의 10시 중간휴식 때 들어가 후반부를 감상할 수 있었다. 모든 공연이 끝난 시각은 무려 0시 30분... 음악회에서 자정을 넘겨보기는 생전 처음이다... 그건 그렇고, 무작위로 배정받은 티켓 좌석이 운 좋게도 객석 맨 앞줄 한가운데여서 2, 3, 4, 5 ~ 10명이 연주하는 음악들을 바로 눈앞에서 거친 숨소리와 활 부딪히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감상할 수 있었다.

총 13편의 곡들 중에 후반부에 입장해 감상한 건 8곡... 전반부가 늘어진 덕분에, 또 프로그램 순서가 다소 바뀐 덕분에, 지각으로 놓친 전반부 곡들도 일부 감상할 수 있었다. 악기 편성은 듀엣부터 10중주까지 각각의 곡마다 다채롭다... 프로그램 리플렛에 나열된 작품 순서대로 악기편성을 적어보면... 첼로 3대 / 피아노, 하프, 비브라폰, 차임벨, 타악기류 / 알토클라리넷 2대 / 플류, 비올라, 하프시코드, 타악기류, 신디사이저(전자음향) / 피아노, 더블베이스, 드럼 / 6명의 여성 무반주 보컬 /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 피아노, 더블베이스, 드럼 / 플륫, 클라리넷,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피아노, 비브라폰 / 바이올린과 드럼 / 솔로 클라리넷 / 첼로와 피아노 / 피아노, 플륫,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혼,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실내악 작품들 역시, 어제의 오케스트라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독특하고 인상적이었는데... 역시 어제의 오케스트라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지금은 대부분 거의 생각나질 않는다... 유투브에서 기존의 다른 공연들 동영상을 일부 찾아낸 덕분에 기억을 더듬어가며 쓰는 중...
 
두 명의 남자가 자기 키 만큼 큰 앨토클라리넷으로 듀엣 연주를 한 <소르틸레지>는, 해설에 따르면, '마법과 주술'을 묘사한 작품이라고 한다. 앨토클라리넷을 위해 지어진 역대 작곡가들의 작품 중 가장 고난도의 기교를 요하는 작품으로, 건장한 두 남자가 기교력과 호흡력을 겨루며 주거니받거니 하는 듀엣이 일품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오르페>... 마치 나 자신이 오르페우스가 되어 미지의 숲속을 헤매는 듯한 느낌이다... 숲속의 정적, 바람소리, 온갖 미세한 소리들이 생생하게 재현된다...

다른 작품들은 생략하고...  마지막 곡인 <성 안토니우스의 유혹>은 피아노를 중심으로 총 10명이 중주를 하는 일종의 작은 피아노협주곡인데, 난해해지만 피아노 중심이니만큼 나름대로 흥겨웠던 기억은 난다...

셋째 날.... 스포츠경기(또는 놀이)를 소재로 한 음악들은... 다른 일정과 겹쳐서 관람 포기.

이상 공연 관람후기를 마치고... 밀러씨어터 존 조언 페스티벌에서 감상한 작품들을 좀 찾아보려 했지만, 음반 자체가 너무 많아 그걸 일일히 다 뒤지기도 힘들고, 도서관 소장되지 않은 음반도 많고, 무작정 음반을 사들일 수도 없고, 도서관에서 잔뜩 빌려온 음반들에도 없는 작품이 많고, 유투브에도 있는 게 별로 없고.... 해서 일단은 포기... 그냥 유투브에서 발견한 몇 곡만 샘플로 올려본다는...

[John Zorn 작품 일부 감상]

"Kol Nidrai" (1996) => http://youtu.be/x5DbKzbLzUU

"Orphée" (2004) => http://youtu.be/T-cOq4iukJs

"Sortilège" (2002) => http://youtu.be/3zeeTfyFyaQ

"Conte de Fées(violin concerto) (1999) => http://youtu.be/Ls6CsHwzLVk

[Hermetic Organ](Album) => http://youtu.be/Ph-nna8GmV4
    (발매사) (Tzadik, 2012)
    (연주자) John Zorn 본인
    (수록곡) Introit (서주), Benediction (축복송), Offertory (성체송), Elevation (상승), Communion (영셩체), Descent (하강)

(아래는 연주회와 무관한, 그냥 감상 추천용 음반... 미니멀리즘 스타일의 비교적 쉽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반이다. 재즈 스타일의 작품도 많고, 언젠가 들어본 것 같은 친숙한 느낌의 곡들도 좀 있는 것 같고...)

[At the Gates of Paradise](Album) => http://youtu.be/E--XS7erJHc
    (발매사) Tzadik, 2011
    (연주자) John Medeski (piano, organ), Kenny Wollesen (vibes), Trevor Dunn (bass), Joey Baron (drums)
    (수록곡) The Eternals (불멸자들), Song of Innocence (순수의 노래), A Dream of Nine Nights (아홉 밤의 꿈),
    Light Forms (빛 거품들), The Aeons (이온들; Aeon=신의 광채), Liber XV (책 제15권), 
    Dance of Albion (알비온의 춤; Albion=영국[브리튼]의 고대 명칭), Song of Experience (체험의 노래)


(아래는... 공연장은 사진촬영 불가, 인터넷엔 사진이 없고... 해서, 어디선가 오래된 1970년대 흑백사진 퍼옴)
(실내악 공연무대인데, 들고다닐 수 없는 악기들이 미리 세트되어 있는 상태... 밀러씨어터 풍경도 비슷했음. 색깔만 칼라로)

덧글

  • 켈른 2014/02/16 14:23 # 삭제 답글

    요 근래들어 pat metheny 아저씨가 해석한 앨범을 듣고
    이양반 음악을 알았네요 난해하기는 그지 없고요 정말 반복청취
    해야 조금이라도 알것같네요.
  • 제이쌍스 2014/02/27 16:47 #

    가끔 편안한 작품들도 있지만, 대개 정말 난해하고 복잡하지요. 특히 클래식 작품들은 더더욱... 요즘 작곡은 귀뿐 아니라 눈도 필요한 것 같아요. 음반보다는 현장, 또는 최소한 영상으로 접해야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는 것 같더라구요... 복잡한 악기 편성이라든지, 독특한 연주기법 (피아노줄을 뜯거나 망치로 치기, 바이올린을 보통의 줄 부분이 아닌 지지대 뒷부분을 긁어서 소리 내기 등등) 이런 부분들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감상하면 작품이 조금이나마 이해되는 것 같은 느낌이...
  • diana 2015/01/17 17:03 # 삭제 답글

    난해하다고 생각되면 광기를 느껴보는 쪽으로 집중해보면 어떨까요
  • 제이쌍스 2015/01/22 09:59 #

    억누른 광기 발동하면 직장 때려칠지도 몰라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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