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07일
번역제목의 횡포. 크리스토퍼 레인 <만들어진 우울증>(한겨레, 2009)
크리스토퍼 레인, <만들어진 우울증: 수줍음은 어떻게 병이 되었나?>, 이문희 옮김, 한겨레출판사, 2009년 11월.

수줍음이나 불안 같은 인간의 특이한 감정을 둘러싼 정신분석학계와 신경정신학계의 싸움, 다시 말해 심리치료와 약물치료의 싸움. 예의 짐작대로 승리는 결국 신경정신학계의 약물치료가 거머쥐어왔다. 어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추적하는 책으로, 약물치료가 불가피한 정신질환도 있음을 일단 인정한 후에, 그래도 수줍음이나 불안 같은 특정한 심적 상태는 결코 정신질환이 아니며, 약물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수많은 실증 자료를 통해 파헤치고 있다. '질병이란 사회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고전적인 테제를 정신적 질병에 초점 맞추어 구체적으로 풀어낸 책인 셈인데, 한 마디로, 수줍음이나 불안 같은 평범한 심적 상태를 정신질환으로 규정하는 건 결국 정신의학계와 제약회사의, 의료권력과 자본의 술책일 뿐이라는 말씀. (여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악랄한 보험자본은 보상대상 질병목록에서 정신관련 질환은 철저히 배제한다.) 일단 장바구니에 담기는 했고, 방학 때나 어떻게 한 번 사서 읽어볼 요량인데, 아무튼 기대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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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9/11/07 09:26 | 책꽂이 | 트랙백 | 덧글(0)






